세계에는 많은 우주목 신화가 있지만 그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형태는 거꾸로 선 나무의 모습일 것이다. 인류의 가장 오래 된 문헌 중 하나인 「우파니샤드」에서는 우주가 “하늘에 뿌리를 박고 온 땅위에 가지를 드리운 거꾸로 선 나무”라고 말한다. 「리그베다」에도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가지는 아래를 향하여 뻗어 있고 뿌리는 위쪽에 위치해 있으니 저 높은 곳에서 빛이 우리에게 내려오도다.”
인도의 우주목 아스바타가 바로 이 거꾸로 선 나무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아스바타는 고타마 붓다가 그 밑에서 깨달음을 얻은 나무이다. 그래서 피팔이라고 부르는 이 신성한 무화과나무는 깨달음(보디)을 의미하는 보리수(菩提樹)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초기 불교도들은 불상을 만들거나 불화(佛畵) 속에 부처를 그려 넣지 않고 보리수로 대신하였다. 피팔은 인도와 스리랑카가 원산지로서, 높이 30미터, 지름 2미터에 달하는 뽕나무과에 속하는 거대한 상록수이다. 꼭대기까지 잎이 무성하고 가지가 넓게 뻗어서 한 포기가 작은 숲을 형성할 정도로 무성하게 자란다. 피팔은 우리나라 자생종이기도 한 보리수나무과에 속하는 보리수나무나, 우리나라 사찰 주변에 많이 심어져 그 열매로 염주를 만들기도 하는 피나무과의 서양보리수(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에 나오는 ‘성문 앞 우물곁에 서 있는’ 보리수)와는 전혀 다른 나무이다. 따라서 이들과 구분하기 위하여 ‘인도보리수’라고도 부른다.
주 크리슈나는 「바가바드기타」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아스바타는 불멸이며, 뿌리는 위에, 가지는 아래에 있다. 잎들은 베다의 찬가이다. 이 나무를 아는 자가 베다를 아는 자이다.” 여기서 베다는 힌두의 신성한 고대 문헌집을 가리키며 문자적으로는 ‘지혜’를 의미한다. 결국 ‘신성한 지혜’라는 뜻이다. 근대 신지학(神智學)의 창설자인 블라바츠키 여사 또한 “아스바타는 거꾸로 된 상태로 자라난다. 가지는 아래로 퍼지며 뿌리는 위를 향해 뻗어 있다. 전자는 감각의 외부 세계 즉 질서정연한 현상세계의 우주를 상징하며, 후자인 뿌리는 보이지 않는 영(靈)의 세계를 상징한다.”고 언급하였다. 블라바츠키 여사에 따르면 이집트의 피라미드 또한 상징적으로 이 거꾸로 된 나무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피라미드의 꼭지점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비적인 고리이며, 우주목의 뿌리에 해당된다. 반면 피라미드의 기저(基底)부는 넓게 펼쳐진 나무 가지를 상징하며, 네 개의 빗면은 자연을 지배하는 테트라드의 원리(4의 원리), 또는 우주의 4계(四界)를 상징한다. 「베일 벗은 이시스」 1권, 154쪽
아스바타는 창조의 신 브라만의 발현을 나타내며, 하강 움직임으로서의 창조 활동 속에서 구체화된다.
“위로는 뿌리를, 아래로는 잎사귀를 갖는 것은 불멸의 무화과나무이다. 바로 이 나무가 순수한 브라만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 나무를 불사의 존재라고 부르며, 모든 이들이 이 나무에 몸을 의지한다.” (「카타 우파니샤드」)
아스바타의 뿌리가 저 위에 있다는 것은 우주창조의 근원이 어디인가를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브라만이 신적인 존재이던 아니면 단지 자연의 법칙을 신격화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수사(修辭)적 개념에 지나지 않던, 브라만은 우주창조의 지고(至高)한 첫 번째 동인(動因)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최초의 동기로부터 줄기와 가지들이 자라나며, 그 결과물은 다양한 세계와 그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들이다. 그러므로 창조는 천상의 뿌리에서 지상으로, 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길을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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