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소리로 직접 들려주며 설명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한계 때문에 뒤로 갈수록 매우 난해한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말에 '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는 말이 있다. 단순히 ' 아 ' 라고 하느냐 ' 어 ' 라고 하느냐에 따라서 말의 의미와 깊이가 달라 진다는 뜻이다. 누군가에게 감사의 표현을 해야 할 때 우린 고민한다.
'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
여기서 ' 어떻게 '란 깊이의 차이를 의미한다. 가슴 속 깊숙히 우러나는 감사의 마음으로 표현할지 아니면 적당히 감사의 의미만을 전달해야 할지 또는 그저 형식적으로 감사를 표현해야 할지의 고민이다. 이런 고민은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만이 아니라 모든 의사소통에서 고민과 선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쉽게 말해서
' 표현의 수위조절 '
음악도 마찬가지다. 작곡을 할 때도 편곡을 할 때도 연주를 할 때도 그리고 가사를 쓸 때도 이 ' 표현의 수위조절 ' 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작곡, 편곡, 연주, 노래, 가사 모두가 균일한 수위로 맞추어 져야 한다. 이중 하나라도 그 수위 조절에 실패한다면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을까?
' 모두가 YES! 라고 할 때 홀로 NO! 라고 할 수 있는 용기(?) '
작곡, 편곡, 연주가 모두 잔잔하게 흘러 가는데 가사가 혼자서 태풍을 몰아친다면 어떨까? 또는 모두가 ' 강약약 중간약약 '하고 있는데 나 홀로 ' 약강약 강강약 '하고 있으면 어떨까? 이게 과연 홀로 NO! 라고 하는 용기일까? 여러 악기 소리가 조화를 이뤄낼 때 화음이 아름답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악기 하나가 홀로 그 조화를 깨버리면 불협화음이라고 하면서 귀를 막아 버린다. 결국 조화가 깨어지면 그것은 음악이 아닌 귀를 막게 만드는 소음이 되어 버리는 것이고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깽판을 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가사를 쓸 때 절대 조심해야 하는 몇가지 중요한 점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첫번째가 곡 분석이 되겠다. 곡 분석 역시 순서가 있는데
1. 곡 분위기 파악 - 어두운, 밝은 등등
2. 곡 감정 파악 - 슬픈, 기쁜, 힘든, 행복한, 화난 등등
3. 곡 감정 깊이 파악 - 아주 슬픈, 처절한, 애잔한, 기쁨, 행복, 발광 등등
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어떤 스토리가 어울릴지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은 곡을 계속 반복해서 들음으로써 또다시 반복된다. 또한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나머지 단추도 잘 꿸 수 있다는 말 처럼, 한 번 잘못 듣기 시작하면 그 잘 못 들은 느낌에 꽂혀서 계속 잘못 해석하게 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잘 거치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결정하게 되면 구성을 잡아야 한다. 이 내용은 어디에 위치해야 하고 저 내용은 어디에 위치해야 하고 하는 구성을 짜는 것이다. 앞의 과정이 간략한 스케치를 위한 과정이라면 구성을 짜는 과정은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은 전체적인 분위와 깊이 그리고 감정이 있지만 부분 부분 마다 역시 분위기 깊이 그리고 감정의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처음부터 무작정 슬프게만 하면 3분에서 4분의 시간이 감정의 과다가 되서 지루해 지기 쉽기 때문에 각각의 부분 마다 깊이의 차이가 생긴다. 그 부분은 흔히들 ' A-B-C ' 라고 나누고 좀더 정확히 말하면 ' Verse - Bridge - Chorus(싸비) '로 나눌 수 있다.
만약 노래 시작 부터 ' 나 죽겠어 죽겠어 슬퍼서 죽겠어 '라고 한다면 절정(클라이맥스)인 싸비 부분에선 어떻게 할까? 도입에서 벌 써 죽겠다고 했는데 절정에선 감정이 빵 터져 줘야 하는데 ' 죽겠어 ' 보다 더 쎈게 어떤게 있을까?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서 인사도 나누기 전에 첫눈에 번개가 번쩍하고 머리 속이 멍해지면서 ' 이 사람은 내가 죽음까지 함께 해야만 하는 운명의 사랑이야 ' 라고 알 수 있는 일이 과연 있기나 할까?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 서로 이야기도 나눠가면서 소위 말하는 진도를 나가주면서 서서히 호감이 생기고 사랑도 생겨서 ' 너 아니면 난 죽어 ' 가 되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듯이 노래도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스토리의 구성 부분에서 노래의 어느 부분에 어떤 내용을 배치해야 할지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잘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면 이제 앞에서 만든 구성을 따라 한 줄 한 줄 이야기를 풀어가게 된다. 이렇게 하면 노래 한 곡이 완성될까?
아니다.
이제 부터는 문장의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
' 사랑했어요 ', ' 사랑했었지 ', ' 사랑했다 '
위의 세 문장의 느낌이 어떨까? 셋 다 똑 같을까? 아니면 위의 세 문장 사이에 차이가 느껴질까? 입으로 직접 말했을 때 어감의 차이가 중요하다. 노래는 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리로 하는 말과 같기 때문에 귀로 듣는다. 그리고 저 세 문장은 어떤 멜로디에 붙이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고 강약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은 소리가 아닌 글로써만 설명해야 하는 한계다..)
위와 같은 수위 조절을 해서 문장들을 완성하면 끝일까? 또 아니다. 이번엔 단어의 수위에 조심해야 한다. 같은 의미라도 느낌이 쎈 단어가 있고 느낌이 부드러운 단어가 있다. (이것 역시 소리가 아닌 글로써만 설명해야 하는 한계다..)
또한 아무리 쉽고 흔한 단어라도 또는 문장이라도 곡의 어느 부분에 오느냐에 따라 또 어떤 멜로디에 붙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 흔히 귀에 감기는 표현, 귀에 쏙 들어오는 표현이란 것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곡 구성에서 어느 위치에 오느냐에 따라서 꽂힌다 안꽂힌다의 차이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프로 작사가들의 경우에도 곡 분석과 스토리 선택 그리고 곡 구성과 문장까지 잘 마무리를 지어 놓고도 단어 하나 때문에, 또는 ' 했어 ' 로 해야 할지 ' 했지 ' 로 해야 할지 같은 조사의 선택 때문에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며칠까지도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단어 하나 조사 하나 때문에 곡 전체의 밸런스가 깨어질 수 있고 또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불완전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수위 조절이란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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