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울증이 있나 봐요.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해요." 흔히 듣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실제 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병입니다.
조울증은 기분 장애 가운데 하나로, 보다 정확한 이름은 양극성 기분장애라고 합니다.
지속적인 내적 감정 상태의 장애가 병의 핵심이지만,
기분 뿐 아니라 정신운동, 인지 기능, 정신 생리 기능, 대인 관계에서도 장애가 나타납니다.
조울증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조울증은 우울증과 다른 병인가요? 조울증의 경우 대개 우울증으로 장애가 시작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첫 우울증 발병 이후 2-4회 정도의 재발
후 약 5-10%의 환자에서 조증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를 쉽게 풀어 보면, 흔히 우울증이라고 알고 있는 병을
앓는 사람 가운데에는 우울증의 증상만 반복하여 경험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조증 증상을 경험하면서 조울증으로 진단이 다시 내려진다는 뜻입니다.
조울증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번 이상의 조증
삽화가 있어야 합니다.
2. 이 상태가 되면 어떤 행동들을 하나요? 조증 삽화의 진단 기준을 소개합니다.
A. 비정상적이고 지속적으로 고양된, 확장된, 쉽게 자극
받는 기분의 상태가 적어도 1주일 이상 지속됩니다. B. 다음 증상 중 3가지 이상이 지속됩니다.
만일 기분이 들뜨지 않고 쉽게 자극 받는 정도라면 4가지 이상이 상당한 정도로 나타나야 합니다. 1) 팽창된 자존심과 과대성 - 자신이 대단한 뭐라도 된 것처럼 느낍니다. 2) 수면 욕구의 감소 - 잠을 3시간만 자고도 충분하다고 느낍니다. 3)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고 계속 지껄이려고 하는 내적 압력이 커집니다. 4) 사고의 비약, 사고가 분주해집니다. - 이 생각 저 생각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5) 주의 산만 - 중요하지 않거나 상관 없는 외적 자극에 주의가 금방 쏠립니다. 6) 사회적으로, 직업적으로, 혹은 학교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벌립니다.
정신 운동 흥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7) 나중에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쾌락적인 일에 지나치게 빠져듭니다.
- 물건을 사대거나, 성적으로 문란해지거나, 무분별한 사업을 추진합니다. C. 이 증상들은 혼합 삽화 (우울 삽화와 조증 삽화의 혼합) 기준에 맞지 않습니다. D. 이런 장애가 직업적인 기능, 일상적인 사회적 활동,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현저한 손상을 일으키며,
입원을 필요로 할 만큼 충분히 심각합니다. 혹은 정신병적 양상을 보입니다. E. 다른 약물에 의한 것이거나(음주나 마약, 다른 치료 약물 등), 몸이 아파서(갑상선 기능 이상 등)
생기는 증상이 아닙니다.
3. 나이에 상관없이 오는 정신질환인가요? 양극성 장애는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지만 평균적으로는 30대에 가장 많다고 합니다.
4. 이 병을 앓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왜 이 질환에 걸리게 되는지요) + 유전이 되는 질병인가요? 기분장애는 유전, 생물학적 요인, 심리 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극성 장애는 유전 성향이 매우 두드러진 질환이라고 합니다.
양극성 장애를 가진 사람의 가족에서는 양극성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일반 인구보다 8-18배나 높다고 합니다. 유전성을 조사하는 연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쌍둥이를 통한 연구인데,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양극성
장애의 일치율이 33-90%라고 합니다.
우울증에서는 약 50%의 일치율을 보이는 것을 생각할 때 유전 관련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적인 접근에서는 여러 요인으로 발생한 우울증에 대한 부정(denial)의 기전이 작용하여 조증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5. 조울증에서 정신병적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상태일 경우 주변 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있지도 않은 상황을 만들어내나요? 조울증의 정신병적 양상은 정신분열증의 급성기 상태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똑같지는 않습니다.
조울증의 정신병적 증상에는 부와 권력에 대한 과대망상(자신이 대단한 부자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
종교적 과대망상(자신이 예수님이라고 혹은 선지자라고 생각), 그와 관련된 피해망상 등이 있습니다.
환각(환청, 환시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흔하지 않고 착각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을 못 알아보는 정도까지 가지는 않지요.
그러나 있지도 않은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은 실제 상황에 대해서 엉뚱하게 해석하는
병의 증상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6. 치료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약물치료입니다.
치료약물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조증 증상을 억제할 뿐 아니라 다시 증상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도 낮춥니다. 재발 예방의 효과를 위해서도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울증 상태일 때에는 상담 치료가 어렵습니다.
환자들은 치료하는 상담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거부하도록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환자의 과대적인 주장에 대해 의문을 표명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울증 환자의 치료 목적은 자포자기식의 우울증이나, 복수하는 식의 과잉 행동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고독감과 이별 경험을 마주 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습니다.
7. 이 병에 걸릴 확률과 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은? 평생 양극성 장애를 겪을 확률은 남녀 모두 1% 정도라고 합니다.
주요우울장애(우울증)의 경우 평생 이 병을 겪을 확률이 여성에서 25%, 남성에서 12-15% 인 것에 비하면
낮은 수치이지만, 1%라는 것은 결코 낮지 않은 숫자입니다.
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예방법으로는 "이것 하나면 충분하다." 식의 딱 부러지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병의 원인도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다만 가족력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가까운 친척 가운데 조울증이나 우울증을 앓은 분이 계시다면
그만큼 질병에 걸리게 될 확률이 높은 셈이므로, 평상시에도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 잘 관찰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일상이나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 등 다른 질병 예방법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8.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없나요? 신체 증상으로 먼저 나타나기 보다는 감정 상태의 병이 진행될 때 그 결과로 신체 증상을 겪는
경우가 흔합니다.
예를 들어 의기양양하고 기고만장하여 흥분 상태가 되었을 때 춤추고 노래 부르며 소란을 피우다 보면
심한 경우 탈진에 이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도 거의 자지 않고, 피로도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 몸은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지나친 활동을 벌이고 다니는 동안 여기저기 다치고 베이고 하기도 하지만 관심도 없고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많은 양의 식사를 집어 삼키기도 하지만 너무 바빠서 식사조차 하지 않는 수도 있습니다. |